
첫 수확의 기쁨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농산물 가격을 둘러싼 냉혹한 현실이었다. 경북 상주시 청리면에서 푸른초장농원을 운영하는 임병로 대표에게 2018년은 농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할 만큼 힘겨운 시기이자, 이후 농장의 판매 방식을 바꾸게 만든 전환점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가 일궈 온 농업 기반을 이어받은 임 대표는 올해로 농사 경력 8년째를 맞았다. 처음에는 좋은 농산물을 성실하게 생산하면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농사를 시작한 뒤 마주한 생산 현장과 유통시장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첫 후무사 자두 출하에서 경험한 가격의 충격은 농사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임 대표는 2018년 한 해 동안 키운 후무사 자두를 공판장에 출하했지만 기대했던 수준의 가격을 받지 못했다고 회상한다. 농사를 위해 들인 시간과 노동, 생산비를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농업을 포기할 것인가, 판매 방식을 바꿀 것인가. 고민 끝에 임 대표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농산물을 직접 소개하고 판매하면서 상품의 가치와 생산 과정을 스스로 설명해 보겠다는 판단이었다. 가격 결정의 상당 부분을 기존 유통 과정에 맡기기보다 자신의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호미를 들던 농부의 손에 스마트폰과 카메라가 함께 들리기 시작했다. 임 대표는 블로그와 네이버 밴드를 비롯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농장의 모습을 알렸다. 이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판매 채널도 활용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기반을 확대해 나갔다.
단순히 판매할 농산물만 보여주는 방식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과일이 자라고 익어 가는 과정과 농장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꾸준히 소개하면서 소비자가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공간을 광고판으로만 사용하는 대신 농사 현장을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소통 창구로 활용한 셈이다.
직거래 비중이 커질수록 생산자에게 돌아오는 책임도 함께 커졌다. 임 대표는 자신의 이름과 농장 이름을 걸고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전달하는 만큼 생산 과정에서 스스로 세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원칙 가운데 하나가 농장 내 풀 관리 방식이다. 임 대표는 농장에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예초 작업을 통해 풀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여름에도 직접 예초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 부담이 크지만, 자신이 선택한 재배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만큼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임 대표가 말하는 직거래의 핵심은 결국 신뢰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만으로 직거래의 의미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푸른초장농원이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대표 농산물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딱딱이 복숭아’다. 부드럽게 무르는 복숭아와 달리 단단한 식감이 특징인 복숭아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농장 측 설명이다.
임 대표는 복숭아뿐 아니라 후무사 자두와 상주곶감, 샤인머스켓 등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첫 자두 출하에서 겪었던 경험 이후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판매 구조를 꾸준히 만들어 온 것이 현재 농장 운영 방식의 중요한 축이 됐다.
특히 농장 측은 생산 농산물의 대부분을 직거래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2018년 공판장에서 경험한 가격 문제를 계기로 시작된 변화가 일시적인 판매 전략에 그치지 않고 농장 운영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온라인 활용 능력도 농업 경쟁력의 한 요소가 됐다. 임 대표는 지역 정보화 농업인 관련 활동에도 참여하며 농업과 디지털 소통을 연결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과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일을 별개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농촌에서 온라인 직거래를 구축하는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작업이 끝난 뒤에는 온라인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소비자 문의에 대응해야 했다. 사진을 촬영하고 농산물의 상태를 설명하며 주문과 판매 채널을 관리하는 일 역시 생산자가 새롭게 감당해야 하는 업무였다.
그러나 임 대표에게 이 과정은 단순히 판매량을 늘리는 방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판장 가격에 좌절했던 경험에서 출발해 생산자가 자신의 농산물을 직접 설명하고 소비자가 그 과정을 확인하는 관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농업의 방식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일군 땅에서 시작된 농사는 이제 임 대표만의 방식으로 다음 단계를 향하고 있다. 더 편한 방법보다 자신이 세운 생산 원칙을 지키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농산물의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것이 그가 선택한 길이다.
2018년 첫 후무사 자두 출하에서 경험한 좌절은 결과적으로 푸른초장농원의 판매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공판장 전광판의 가격을 바라보던 농부는 이제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농산물을 직접 알리고 소비자와 관계를 만들어 가는 농부가 됐다.
농업에서 생산만큼 중요한 것이 소비자와의 신뢰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웠다는 임병로 대표. 상주 청리면의 농장에서 이어지는 그의 도전은 생산자가 스스로 판로를 개척하고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농업의 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푸른초장농원 임병로 대표의 사례는 농산물 생산과 온라인 직거래가 결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8년 첫 후무사 자두 출하에서 경험한 낮은 가격을 계기로 판매 구조를 바꾸고, 블로그와 SNS,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풀을 관리한다는 농장 운영 원칙과 생산 과정 공개 역시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방식으로 설명된다.
이 사례는 농업인이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고 온라인 콘텐츠와 직거래 채널을 활용해 스스로 판로를 개척하는 과정에 주목하게 한다. 특히 생산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제공이 농산물 직거래에서 소비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번의 낮은 경매 가격은 농부에게 좌절을 안겼지만 동시에 판매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됐다. 임병로 대표가 선택한 해법은 농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었다.
생산 과정과 농장의 일상을 공개하고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며 자신의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은 그렇게 시작됐다. 푸른초장농원의 지난 8년은 농산물의 가치가 생산 현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그 과정과 이야기가 전달될 때 비로소 새로운 판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