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소멸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일자리 부족이다. 청년들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기업은 인재를 찾아 다시 수도권에 집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사람이 없으니 기업이 오지 않고 기업이 없으니 사람이 떠나는 구조다. 지방소멸의 고리를 끊으려면 결국 지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심에 기업이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 하나가 지역에 들어오면 단순히 직원 몇백 명의 일자리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직원과 가족이 이동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고 음식점과 상점, 교육·문화시설의 이용도 증가한다. 협력업체가 따라오면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방세와 소비가 늘어나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생긴다.
특히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는 지역 정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아무리 주거비를 지원하고 각종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을 수 없다면 장기간 머물기 어렵다. 지방소멸 대책이 인구정책인 동시에 기업·산업정책이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기업 역시 지방 이전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장이나 사무실 부지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물류와 교통은 편리한지, 협력기업과 거래처에 접근하기 쉬운지, 직원과 가족이 생활할 교육·의료·문화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하려면 기존보다 과감하고 장기적인 인센티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제와 입지 지원뿐 아니라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인력 확보, 직원 정착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접근해야 한다.
먼저 지역 특성에 맞는 기업을 선택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과 같은 산업만을 쫓는다면 지역 간 유치 경쟁만 심해질 수 있다. 농업지역은 푸드테크와 스마트농업, 관광지역은 관광·콘텐츠산업, 제조업 기반 도시는 첨단 제조와 로봇산업처럼 기존 산업과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지역의 강점과 기업의 경쟁력이 결합될 때 이전 이후의 생존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업 유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정착’이다. 보조금을 받고 기업이 이전했더라도 몇 년 뒤 인력난과 시장 접근성 문제로 다시 떠난다면 지역에 남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기업이 10년, 20년 동안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연구기관·금융기관·협력업체를 연결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역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이 지방 이전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다. 지역대학이 이전 기업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기업이 현장실습과 인턴십, 취업을 연계한다면 지역 청년에게는 일자리가 생기고 기업에는 필요한 인재가 공급된다.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기업에 취업해 지역에 정착하는’ 인재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직원 가족의 정착도 기업 이전 정책에서 놓쳐서는 안 된다. 기업의 본사나 공장은 지방으로 옮겼지만 직원 가족은 수도권에 남아 주말마다 이동하는 생활이 반복된다면 실질적인 인구 분산 효과는 크지 않다. 주택과 학교, 병원, 돌봄, 문화시설 등을 함께 확충해 가족 전체가 옮겨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대기업 한 곳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수십 곳이 모이는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다. 빈 건물과 유휴 공공시설을 창업공간으로 제공하고 연구개발, 금융, 판로, 인력 채용을 지원하면 지역에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기업 이전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몇 개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는지보다 실제 투자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지역 주민을 몇 명 고용했는지, 청년 정착과 협력업체 창업으로 얼마나 연결됐는지를 살펴야 한다. 기업 유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소멸은 결국 사람이 떠나는 문제이고, 사람이 떠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면 사람이 모이며, 사람이 모이면 상권과 주거·교육·문화가 살아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제 기업의 지방 이전을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라 ‘지역을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는 지방으로 움직일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고, 근로자에게는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 하나가 지역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을 데려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과 사람이 함께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방소멸 시대 기업 이전 정책이 향해야 할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