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


군대에는 한때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보다 한 수 더 높은 것은 운장(運將)”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운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에 나오는 운(運)이라는 글자는 군(軍)자와 책받침 辶변이 합쳐진 글자로서 군수물자의 이동을 형상화한 글자로서 “움직이다, 돌다, 옮기다”라는 뜻을 지닌다.

 

이렇게 운(運)이 중요시되는 사고의 출발점은 청나라 초에 살았던 포송령(蒲松齡, 1640~1715년)이 1670년대 산동(山東)에서 지은 기담(奇談) 모음집인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오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에서 비롯되었다. 포송령(蒲松齡)은 당나라의 전기풍(傳奇風)과 육조(六朝)의 지괴체(志怪體)를 참조하여 그 책을 썼는데 그 책에서는 고귀(孤鬼) 망령이 인간보다도 더 인간미 있게 그려지고 있다. 문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훈계나 숙명론을 기술한 것이 많은데, 때로는 격한 분노를 보여 가공의 세계를 빌어 당시의 사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한 가지 야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 선비가 과거 공부를 하는데 흰 수염이 나도록 번번히 낙방하여 가산이 기울고 아내는 아이를 둘러업고 가출해 버렸다. 죽을 작정을 하고 대들보에 동아줄을 매어놓고 생각하니 자기보다 못한 자들이 번번히 급제한 것이 억울하여 죽을 수 없었다. 이에 그는 염라대왕에게 가서 따져보기로 했다.

 

염라대왕은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 술 시합을 시켜 눟고 선비에게 말했다. “정의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분개한 것이 옳고, 운명의 신이 더 많이 마시면 네가 체념하는 것이 옳다.” 그런 술 시합에서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시고, 정의의 신은 석 잔밖에 마시지 못해 운명의 신이 이겼다.

 

이를 보고 염라대왕이 말했다. "세상은 정의대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이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세상은 70%의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긴 하지만 30%의 합리가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명심해야 한다." 염라대왕의 이 말에서 70%의 불합리(운)와 30%의 합리(노력)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운칠기삼(運七技三 )이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나왔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우연이나 뜻밖의 운(運)으로 여겨지는 것도 그 속을 파고 들어가 보면 언젠가 뿌린 씨앗의 열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우리가 부러워하는 “남의 행운”도 사실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필연(必然)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일은 행운이나 불운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은 기삼(技三: 30%의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운칠(運七: 70%의 운)은 효능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운(運)에 기대지만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는 교훈이 함축되어있는 말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유명한 빌게이츠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인생이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70%의 불합리한 운(運)이 지배하긴 하지만 그 70%의 운은 30%의 노력(技)이라는 바탕이 있을 때만 발휘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즉, 30%밖에 되지 않는 합리적인 노력의 신(神)에게 자기의 운명을 맡길 것인가, 70%의 불합리한 운명에 맡길 것인가는 본인의 지성(知性)과 인성(人性)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운칠기삼(運七技三)은 “운이 7할, 기술(노력)이 3할”이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30%의 기술(노력)이 먼저 확보되어야 70%의 행운이 뒤따른다는 말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간단한 예로서도 충분히 증명된다. “훈련이 메달”이라는 말이 있다. 훈련하지 않고 운이 좋아 메달을 딴 선수는 아무도 없다.

 

예부터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의 지성(至誠, 노력)이 먼저 있어야 70%의 감천(感天, 행운)이 뒤따른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는 30%의 지성(至誠, 노력) 없이 70%의 감천(感天, 행운)을 바라는 자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손 영일 컬럼 



작성 2026.09.28 09:04 수정 2026.09.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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