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칩(驚蟄)은 3월 5~6일,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깨어난다는 날입니다. 땅이 풀리고 새싹이 돋아나는 시기입니다. 이때 가장 먼저 향기를 내뿜는 것이 달래입니다. 달래의 알싸하고 향긋한 맛은 겨울 동안 무뎌진 후각과 미각을 깨우는 천연 알람과 같습니다.
달래장은 만능 양념장입니다. 달래를 촘촘히 썰어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통깨를 섞으면 완성됩니다. 이 양념장 하나면 비빔밥도, 국수도, 심지어 삼겹살도 달라집니다. 봄에만 맛볼 수 있는 한정판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취나물, 돌나물 같은 봄나물을 데치거나 생으로 준비해 밥 위에 올리고 달래장을 곁들이면 경칩의 비빔밥이 됩니다. 나물을 고르는 재미, 양념장을 만드는 재미, 비벼 먹는 재미까지 삼중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밥상 - 단군신화 속 마늘의 정체
달래라는 이름은 알뿌리가 달랑달랑 매달린 모습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곰에게 준 마늘 스무 개, 그 마늘의 정체가 사실은 달래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마늘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고조선보다 한참 뒤인 삼국 시대이므로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동의보감은 달래를 약초로 분류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혈을 돌게 하는 봄의 약초가 바로 달래다.
신화의 한 장면이 어쩌면 달래밭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달래장 한 종지는 그렇게 오천 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