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이 불편해서 오시는 분들 가운데는, 이야기를 듣고 손으로 만져봤을 때 발에서 실마리가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발을 관리하고 나면 많은 분들이 놀라며 물으십니다. 제 발이 이렇게 아팠었나요? 아프다고 말하지 않던 발이 그동안 몸을 받치며 조용히 버텨온 겁니다.

제 발이 이렇게 아팠었나요?
골반이 불편하거나 고관절이 뻐근해서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몸을 쓰는 방식이 달라서, 불편함이 시작된 자리도 저마다 다릅니다. 이야기를 듣고 손으로 만져봤을 때 발에서 실마리가 보이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분은 발바닥을 손으로 천천히 누르고, 발목을 굽혔다 펴봅니다.관리가 끝나면 많은 분들이 같은 말을 물으십니다. 제 발이 이렇게 아팠었나요? 발이 아프다고 먼저 말씀하신 분은 거의 없습니다. 오신 이유는 골반이었고, 고관절이었습니다. 나이와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십 대도 육십 대도 똑같이 놀라십니다. 하루 종일 몸을 받치고 서 있던 발이 그동안 얼마나 버텨왔는지, 손이 닿고 나서야 아시는 겁니다.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곳이 괜찮은 곳은 아닙니다.
파스를 붙이고 참았다면, 발은 나은 걸까?
발이나 발목이 아프면 많은 분들이 파스부터 붙입니다. 며칠 지나면 덜 아프고, 그러면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리실에서 보면 그렇게 지나간 발이 몇 년 뒤 골반과 고관절의 불편함으로 돌아오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본인은 발이 이제 안 아프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손으로 만져보면 발바닥과 발목 주변이 단단하게 굳어 있습니다. 불편한 곳은 골반인데 굳어 있는 곳은 발입니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오래 참아서 통증이 사라진 상태와 나은 상태는 다릅니다. 통증이 사라졌다면 발이 정말 괜찮아졌을 수도 있지만, 몸이 그 신호를 더는 듣지 않게 됐을 수도 있습니다. 둘은 겉으로 똑같아 보입니다. 손으로 만져봐야 구분이 됩니다. 통증이 조용해졌다고 해서 발이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발 하나에서 제가 먼저 보는 것들
저는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몸을 봅니다. 걸어 들어오는 모습과 의자에 앉는 모습을 보고, 책상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디가 불편한지, 언제부터였는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묻습니다. 그다음 베드에서 손으로 직접 만져보며 어디가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합니다. 발에서는 볼 것이 많습니다. 발이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돌아간 정도, 발목이 굽혀지고 펴지는 범위, 발가락이 벌어진 모양을 봅니다. 가락 하나하나가 어느 쪽을 향하는지, 아래로 숙여져 있는지, 얼마나 굳어 있는지도 봅니다. 발바닥 아치(족궁)가 내려앉았는지 솟아 있는지도 봅니다. 발 하나에는26개의 뼈가 있고 뼈마다 맡은 일이 다릅니다.
그래서 발은 한 덩어리로 보지 않고 하나씩 봅니다. 면담에서 관리 순서를 말씀드려도, 베드에서 만져본 뒤 순서가 바뀌는 날이 있습니다. 고객이 말한 곳과 손이 찾은 곳이 다를 때입니다. 불편하다고 말한 곳과 굳어 있는 곳이 다를 때, 관리는 손이 찾은 곳에서 시작합니다.
오래 아픈 발은 아프다고 덜 말한다
발목 인대와 발의 근육에는 고유수용감각(내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느끼는 감각)이 있고, 발바닥 피부는 바닥이 단단한지 기울었는지 알아챕니다. 몸은 이 두 감각으로 바닥을 읽습니다. 매일 듣던 냉장고 소리를 어느 순간 못 듣게 되는 것처럼, 같은 불편함이 오래 이어지면 몸은 그 신호를 점점 덜 듣습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것도 있습니다. 발목을 여러 번 접질려 불안정해진 사람들은 발바닥 감각이 둔해져 있었습니다. 오래 참은 발은 아프다고 덜 말할 뿐 아니라, 바닥에서 받은 정보도 몸 위쪽으로 덜 올려보냅니다. 제가 관리실에서 자주 보는 것은, 관절과 관절을 잇는 인대 주변은 손으로 아주 천천히 다가가야 풀린다는 점입니다.
저는 관리실에서 물에 데운 골드 기구를 제 비서라고 소개합니다. 관리는 제 손이 이끌고, 골드는 굳은 곳이 조금 더 빨리 풀리도록 곁에서 돕습니다. 그보다 먼저 보는 것은 이 발이 왜 불편해졌는지, 얼마나 굳었는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어떤 순서로 풀어갈지입니다. 고객의 상태에 따라 힘과 속도를 바꿔가며 천천히 다가가면 발이 바닥을 다시 느끼기 시작합니다. "아팠었나요?"라는 말은 대개 그때 나옵니다. 통증을 다시 느끼는 날은 발이 나빠진 날이 아니라, 몸이 발의 신호를 다시 듣기 시작한 날입니다.
발이 무너지면 골반이 대신 버틴다
발에서 시작한 줄은 발목과 무릎, 고관절, 골반, 천골(엉치뼈)을 지나 척추와 목, 어깨까지 이어집니다. 발바닥이 느낀 바닥 정보는 뇌까지 올라가, 몸이 어떻게 서고 균형을 잡을지 정하는 데 쓰입니다. 그래서 저는 발을 볼 때 발만 보지 않습니다. 아래가 무너지면 위가 대신 버팁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이렇습니다. 이스라엘의 한 연구에서 사람들을 발이 안쪽으로 무너지도록 기울어진 판 위에 세웠더니 정강이와 허벅지가 안쪽으로 돌고 골반이 앞으로 기울었습니다. 발에서 시작한 변화가 정강이와 허벅지를 거쳐 골반까지 올라갔습니다. 국내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서도 발목이 불안정한 사람 은 발바닥 감각이 줄었을 때 무릎과 고관절의 움직임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관리실에서 보는 것도 같은 방향입니다. 고관절과 골반이 불편한 분들 가운데 발목이 굳어 있는 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분들은 발부터 이어진 근육을 함께 풀지 않고 골반만 만지면 불편함이 쉽게 돌아오곤 했습니다. 일부 수기요법에서는 발바닥을 몸의 가장 아래 받침, 첫 번째 횡격막처럼 보기도 합니다. 위쪽이 버티는 모양은 바닥이 받쳐주는 모양을 따라갑니다.
오늘 맨발로 서서 확인해볼 포인트
맨발로 서면 몸이 기운 쪽이 보인다 관리실에서 가끔 고객에게 맨발로 서보시라고 합니다. 눈을 감고 체중이 어디에 실리는지 느껴보시게 합니다. 앞꿈치인지 뒤꿈치인지,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좌우가 같은지. 집에서도 맨발로 서서 눈을 감아보세요. 신발 밑창이 어디부터 닳았는지, 잘 벌어지지 않는 발가락이 있는지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내 발이 어디로 서 있는지 아는 데서 발을 돌보는 일이 시작됩니다.
몸이 무엇을 딛고 서 있는지 본다
골반이 불편하면 골반을, 무릎이 불편하면 무릎을 먼저 보게 됩니다. 그런데 몸을 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불편함이 시작된 자리도 다릅니다. 자꾸 돌아오는 불편함은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곳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았고, 그 자리가 발인 분들도 있었습니다. 발은 하루 종일 몸 전체를 받치면서도, 불편함은 가장 늦게 말하는 곳입니다. 몸 위쪽의 불편함이 자꾸 돌아온다면, 그 몸이 무엇을 딛고 서 있는지부터 보세요.
몸을 읽는 피부관리사. 한장미는 금손골드테라피 원장이다. 자세교정운동 강사로 10년, 원장 교육자로, 그리고 개인샵 원장으로 일하며 사람의 몸을 봐왔다. 얼굴 고민으로 찾아온 고객의 목과 어깨, 호흡까지 함께 살피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어깨관리 프로그램 '날아라케어'를 개발해 상표 등록했으며,《얼굴윤곽세우기》를 썼다. '진심을 다하다'는 그가 관리실에서 지키는 원칙이다.
참고자료
- 발이 안쪽으로 무너질 때 골반 기울기 변화 (Khamis & Yizhar, 2007): https://cris.haifa.ac.il/en/publications/effect-of-feet-hyperpronation-on-pelvic-alignment-in-a-standing-p/
- 발과 골반 정렬의 관계 (Khamis 외, 2015):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519225/
- 발목이 불안정한 사람의 발바닥 감각 저하 (Hoch 외, 2012): https://digitalcommons.odu.edu/hms_fac_pubs/58
- 발바닥 감각과 무릎·고관절 움직임 (국내 연구): https://synapse.koreamed.org/articles/11312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