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개다.
서울 마포에 산다.
일곱 살이다. 비글이다.
코가 길고 귀가 축 처진, 그 흔한 개.
말은 하지 않는다. 생각은 한다.
"아함아, 이리 와."
아빠의 목소리. 나는 간다. 좋아서가 아니라, 가면 아빠가 좋아하니까…
인간들은 개가 부르면 오는 걸 충성이라 부른다. 아니다. 그건 계산이다.
가면 간식이 나오고, 안 가면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톤이 올라가면 귀가 아프다.
그래서 나는 간다. 합리적이다.
"착하다, 우리 아함."
"멍."
매일 아침 여섯 시, 산책을 나간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을 데리고 나간다.
목줄이 채워진다. 찰칵. 눈에 보이는 줄이다.
아빠도 줄을 찼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줄이다. 대출. 성과. 비교. 여론. 아침부터 폰을 보는 이유다.
나는 전봇대에 냄새를 남긴다. 여기가 내 자리라는 뜻이다. 킁킁.
아빠는 SNS에 글을 남긴다. 여기가 자기 생각이라는 뜻이다. 따닥따닥.
내 냄새는 바람이 지운다. 아빠의 말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의 싸움은 길다.
개들의 싸움은 짧다. 냄새로 승부가 나면 끝이다.
서울은 바쁘다. 인간들은 늘 쫓긴다. 출근. 승진. 집값. 체면.
나는 안다. 불안은 냄새가 있다. 강남에서도, 광화문에서도, 한강에서도 같은 향이 난다.
가끔 헷갈린다. 누가 누구를 데리고 다니는 건지…
줄의 이쪽 끝엔 코가 있고, 저쪽 끝엔 액정이 있다. 목줄을 쥔 건 아빠의 손인데, 끌려다니는 것도 아빠다.
폰에 끌려다니는 아빠를, 나는 목줄로 끌고 다닌다.
나는 개다. 적어도 누가 나를 묶는지는 안다.
그래서 묻는다. 묶여 있는 건 나인가, 아니면 묶여 있는 줄도 모르는 당신들인가?
개판이네, 정말.
사회풍자소설 [개판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