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534


세상이 있으므로 내가 존재하는 것일까, 내가 있으므로 세상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는 순전히 보는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자연의 섭리적 차원에서 보면 땅이 있어야 풀이 있고 산이 있어야 나무가 있고, 나무가 있어야 새가 날아들고, 물이 있어야 물고기가 찾아온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적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르다.

 

나는 내가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리고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가문이 정해지고, 부모가 정해지고, 나라가 정해지고, 나의 생존환경이 정해졌다. 이렇게 내가 내 의지로 정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세상은 나에게 가문에 먹칠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사회적 윤리와 도덕을 지키라고 강요하고, 국법을 준수하라고 강요한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내가 왜 그런 것들을 강요받아야 한단 말인가?

 

<이미지:AI image.antnews 제공>

우리는 이렇게 내가 선택하지 않는 자연환경, 조상과 가문, 사회와 나라가 하늘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어진 것을 운명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자신이 그런 선택하지 않는 환경 속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그런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고 자위한다.

 

운명은 사전적 의미로 볼 때도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을 뜻하며, 인간과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의미한다. 또 철학적 관점에서 보면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학파(Stoa學派)는 인간의 결정과 행동이 신의 신성한 계획에 따른다고 보았고, 에피쿠로스학파(Epicurus學派)는 신성한 운명의 존재를 부인했고, 독일의 헤겔(Hegel)은 처음에는 운명의 존중을 역설했지만, 후기에는 운명의 극복을 주장했다.

 

이런 운명적 존재인 나를 거꾸로 생각하면 내가 주어진 모든 자연환경, 사회완경, 국가환경을 활용하며 살아가는 자라는 말이 되므로 결국 이 세상 만물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나의 종속물들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내 마음대로 강가에 가서 물고기를 낚을 수 있고, 산에 올라가 온갖 먹거리를 채취할 수 있고, 넓은 들판에 나가 내가 필요로 하는 곡식들을 심고 가꿀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왕도, 법도 없었던 태초의 옛날은 그랬다. 이렇게 볼 때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내가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늘은 신선한 공기를 무한대로 제공하고, 내가 마실 수 있도록 계곡에는 깨끗한 일급수 물이 계속해서 흘러 내려오고, 내가 배를 채우고 살 수 있도록 산에는 수많은 야생 과일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강과 바다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으며, 평지에는 움집을 짓고 살 수 있도록 넓은 땅이 있다.

 

더욱이 국유재산이니 사유재산이니 하는 개념이 없었던 옛날 옛적의 일이긴 하지만 그런 산과 들판과 강과 바다는 우리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는 공통재산이었다. 내가 산속에 있는 야생과일을 딴다고 야단칠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강가에서 낚시를 한다고 야단칠 사람도 역시 아무도 없었다. 물론 이 모든 자연환경은 우리가 사는 동안 잠시 빌려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죽고 나면 우리의 자식들이 우리가 사용했던 자연환경을 빌려 사용하다 죽어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자연환경과 세상은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는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자연환경과 세상의 주인공인 우리가 자연환경과 세상을 사용하는데 간섭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자기의 능력껏 자연환경과 세상을 이용하고 활용하면서 살 자유가 있다. 따라서 국가는 당연히 그런 우리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만일 국가의 위정자들이 우리들의 그런 삶을 방해한다면 세상의 주인이요, 국가의 주인인 우리가 그런 위정자들을 갈아 치워야 할 것이다. 물가도 치솟고, 환율도 치솟고, 국민들의 불만도 치솟는 오늘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손 영일 컬럼 


작성 2026.10.16 09:47 수정 2026.10.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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